제 3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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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눈으로 본 노경식에 관한 글들입니다.
 
 
 
"바른 말을 바르게 하는 노경... 구히서
 
◇ 뒷풀이글 1- 노경식희곡집 4, 5권의 완간을 축하하며

"바른 말을 바르게 하는 노경식 연극세계"

구 히 서 (연극평론가)

극작가 노경식선생의 희곡들이 다섯 권의 희곡집으로 모아져 모두 출판되는 것을 축하한다. 그가 1965년 희곡 <철새>로 서울신문사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해 우리 연극계에 등장한 이후 45년간 꾸준히 써왔고, 또 계속해서 무대에 오른 총 28편의 희곡작품들이 출판을 시작한 지 5년만에 완간을 보게 된 것은 우리 연극계로서도 크게 축하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의 희곡집 첫 번째 권이 나온 것은 2004년의 일이고 이어서 2009년 3월과 5월에 둘째, 셋째 권이 간행되었으며, 이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책이 새로 엮어져 나옴으로써 지금까지의 그의 희곡작품들이 한 질의 책으로 모두 모이게 된 것이다.
극작가 노경식선생은 무대현장과 가까이 살면서 중단없이 희곡을 써온 작가다. 그는 극작과 연출을 겸한 작가들처럼 무대 현장에서 직접 뛰지는 않았으나 언제나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과 함께 살아온 작가이다. 그리고 희곡뿐만이 아니라 연극계의 각종 글쓰기 책만들기에서도 늘 가까이 있으면서 한 몫을 해온 일꾼이기도 하다. 그는 1965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총 40여 편의 장. 단막극을 발표하였고 그런 작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살아있는 무대로 우리 앞에 마주섰다.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 1971년 그의 첫 장막극 <달집>이 국립극단 무대에 등장하였을 때였을 것이다. 1970년 내가 『일간 스포츠』라는 신문에 연극담당기자로 일을 시작한 다음 해에, 국립극단 제작의 <달집> 공연은 연극기자 초년생이었던 내게 상당히 좋은 무대로 강한 인상을 준 무대였다. 당시 임영웅 연출로 만들어진 이 무대는 성간난노파 역에 백성희, 그의 며느리 역에 손숙 등 여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대 위에 오른 작품으로 만난 극작가 노경식선생을 사람으로 직접 만난 건 언제였는지 기억에 없지만 <달집>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는 연극계 주변에서 낯익은 얼굴로 그를 늘상 만났으며, 가끔씩은 이야기와 차도 하면서 세월을 보내왔다. 그 세월 동안 노경식선생은 내게 규격이 갖춰진 큼직하고 무게가 있는 믿을 만한 극작가였고, 만나면 언제나 미소로 즐겁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여유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살아오면서 늘 한결같은 표정과 변함없는 예의로 오랜 세월을 같이 걸어온 소중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으며, 우리 한국 연극에서 70년대 이후 중요한 위치를 점유해 온 ‘보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71년 <달집> 이후 나는 무대에 오른 그의 모든 작품을 거의 다 봤다. 그의 연보에서 작품목록을 짚어가며 확인한 바로는 지방무대에서의 공연이나 불어로 번역되어 만들어진 공연 <서울 가는 길>(Le train pour Seoul, 프랑스극단「사람나무」2005) 등 몇 작품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공연된 무대는 거의 모두 봤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연극기자하면서 열심히 공연을 봤고 요즘은 그걸 상당히 자랑하면서 산다. 관객으로서 상당히 오랜 기간, 상당히 많은 무대를 봐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면 나는 극작가 노경식선생의 작품에 대해 뭔가 이야기할 수도 있으련만 그동안 한번도 그의 작품이나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된 글을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신문의 짧은 공연평을 통해서- 그것도 열심히 썼지만 신문에 실리지 못한 경우가 많은- 공연에 대한 나의 느낌을 어설프게 전달하였을 뿐이다.

무대 위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항상 살아있는 주인공, 진지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주인공과 그들이 들려주는 생동감있는 대사들, 그들이 이끌어가는 긴장감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시간의 흐름을 겪어온 사람들의 모든 시대의 이야기를 강력한 작가의 목소리로 들려줬다. 뒤틀린 세월을 겪으면서 모멸과 수치를 경멸로 대응하면서 타협없는 외고집으로 살아온 <달집>의 간난노파나, 소작인으로 땅의 소유권을 빼앗기고도 땅에 집착하는 <소작지>의 공차동이 들려주는 마지막 대사들은 절망을 현명함으로가 아니고 끈질긴 생명력으로써 극복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희망의 초상화들이다. 그리고 <징비록> <흑하> <강건너 너부실로> 등에 등장하는 역사 속에서 찾아낸 그의 주인공들은 바른 길이라고 믿는 것들을 위해 애쓴 사람들의 바른 말을 전하려 애쓰고 있다.
나는 늘 우리 연극이 ‘바른 말을 바르게 하는 연극’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극작가 노경식의 작품세계는 우선 바른 말을 올바른 리듬과 어휘로 구축해 무대 위에서 배우에 의해 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제대로된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 주제는 기이함에서 끌어낸 것이 아니라 당연히 있는 당연히 있음직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고, 그가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 우리의 역사 속에 있음직한, 있었던 바로 그 인물들이며, 그들이야말로 그의 작품 속에서 아주 큼직하고 당당하게 생명력을 얻어냈다.

그의 『노경식희곡집』(전5권) 출간은 뒤늦은 감이 있다. 이 역시 그의 사람 모양대로인 듯 서두르지 않는 신중함이 있어서인가 보다. 그러기에 이 책들은 더욱 소중하다 할 것이다. 이 희곡집들은 우리 연극무대의 과거의 기록이 될 것이고, 우리 연극무대를 위한 앞으로의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 희곡집은 앞으로 많은 창작무대의 직접적인 대본으로 무대 위에서 생명을 얻어내고, 연극을 이해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연극의 길을 안내하는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그의 수많은 주인공들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가 필요하다. 독자제위의 많은 박수소리가 울리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200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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