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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눈으로 본 노경식에 관한 글들입니다.
 
 
 
'달집- 한국연극사' (발췌) 서연호
 
<달집>- ‘한국연극사 현대편’ 중에서

국립극단이 공연한 노경식 작, 임영웅 연출의 <달집>(1971. 9)은 전라도 사투리의 절묘한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전에도 전라도 사투리는 작품 속에 자주 등장했지만, 인물과 언어, 역사와 언어가 그처럼 합치되어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고목이 오랜 세월의 풍우를 견디는 동안 두껍고 거친 껍질을 입게 된 것처럼, 간난노파(백성희 역)의 긴 인생을 수사학적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공연에서는 섬세한 연출과 조명, 음악이 조화를 이루었다.
일제치하,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의 점령치하, 그리고 6.25 공산치하에서겪었던 시련을 통해 노파의 삶은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비극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런 비극 속에서 형성된 한국인 특유의 이미지가 제시된다. 그것은 본능적이라 할 만큼 흙에 집착하며, 우매하다 할 만큼 고집을 피우고, 고난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온 전형적인 ‘토착인의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파의 성격을 강하게 부각시킨 점에서 이 작품은 사실극의 큰 소득이다. 한상철은 ‘이 노파야말로 한국사회에 면면히 흘러내려온 전형적인 토착적 인간상으로서, 이러한 인간상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였다.
이후에도 노경식은 <하늘만큼 먼 나라>(1985. 9) 등의 사실극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였다. 임영웅 연출로 극단 산울림에 의해 공연된 이 작품은 이산의 고통과 현실의 냉혹함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전쟁으로 인해 신혼시절에 헤어져야 했던 노부부(조명남, 백성희 역)는 방송국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상봉하게 되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러나 상봉의 기쁨은 두 노인의 재결합을 반대하는 양측 가족들에 의해 참담한 결말로 이어진다. 분단현실에 대한 비극적 인식이 적절히 녹아있다는 점에서 노경식의 일관된 리얼리즘 정신을 엿보이게 한 작품이다.

( *서연호 <한국연극사 현대편> 도서출판 연극과인간, 2005, pp.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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