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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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눈으로 본 노경식에 관한 글들입니다.
 
 
 
'하늘 보고 활쏘기- 한국연극... 서연호
 
하늘 보고 활쏘기- <한국연극사> 중에서

극단 산하가 공연한 노경식 작, 강영걸 김창화 연출의 <하늘 보고 활쏘기>(1980. 1)는 한 활꾼(이호재 역)의 이야기를 소재로 신화적인 세계관을 펼쳐보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통일신라 말기인 진성여왕 10년 가을, 당나라로 가는 뱃길의 길목이 되는 서해안의 외딴 섬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신라의 사신인 양패공(良貝公)이 국사를 위해 중국으로 가다가 풍랑을 만나 섬에 표류하게 된다. 여러 날이 지나도 풍랑이 멎지 않기에 용왕에게 제사를 드렸더니, “활꾼 하나를 섬에 남겨두고 가면” 순풍을 얻으리라는 신탁을 받는다. 그래서 활꾼 거타지는 이 섬에 남게 된다. 그후 거타지는 용신(龍神)으로부터 해가 돋을 녘이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한 사미(沙彌- 괴물중)를 살해해 달라는 간청을 받는다. 그 사미는 다라니경을 외면서 바닷가를 도는데, 세 번을 돌고 나면 용신 부부와 자손들이 모두 해파리처럼 돼서 물 위로 떠오르게 되고, 사미는 그 자손들의 간장을 차례로 빼어 먹는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8월 하순께의 석양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진행된다. 거타지는 아침의 승리를 위하여 온 밤 활을 만지며 자세와 호흡과 마음을 정리한다. 문제는 승리가 아니라, 승부의 담판을 위한 준비자세(과정)이다. 그는 온갖 짐승과 밤이슬, 고향에 두고 온 식구들에 대한 그리움, 홀아비로서의 고독과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번뇌와 삶에 대한 허무와 절망, 그리고 도깨비에 대한 공포와 밀려오는 졸음 등과 길고 긴 ‘밤의 싸움‘을 벌인다. 드디어 아침이 오고, 그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괴물중을 살해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옛날에 도깨비로 변신해서 자신을 괴롭히던 ’타다 남은 막대기 부지깽이‘가 아닌가? ’아침의 승리‘에 대한 선물로서 그는 용신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활꾼의 이야기는 격리→수난(투쟁)→부활로 이어지는 영웅신화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밤과 낮의 대립, 괴물과의 투쟁, 보상으로서의 결혼 또한 고대신화에서 찾을 수 있는 전형적인 화소(話素)이다. 그런 점에서 신화의 구조와 세계관을 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작품에 등장하는 중과 활꾼의 상징적 의미가 보다 명료하게 암시될 필요가 있다. 신화의 계승이란 신화적 세계관의 단순한 재생산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적 조건 속에서 그 의미를 재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서연호 <한국연극사 현대편> 도서출판 연극과인간, 2005, pp.25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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