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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국립극단을 哭하노라' 전북일보
 
시론- '국립극단을 哭하노라'

노경식(극작가)

작성 : 2010-04-11 오후 5:59:44 / 수정 :
전북일보(desk@jjan.kr)

한국연극 100년사 가운데 그 60년 세월의 명예와 전통을 자랑해 오던 하나뿐인 국립극단이 바야흐로 종언을 고하려 한다. 우리네 국립극단은 민국정부 수립 초기에 민족문화의 발전과 연극예술의 진흥을 도모하고 국제문화의 교류를 촉진 장려하겠다는 원대한 목표와 이상을 품고 이 땅에 태어났다. 동족상잔의 비극적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봄에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국립극단은 4.19민주혁명을 거치고 6, 70년대의 경제산업화와 8, 90년대의 민주화 운동의 고된 시련기를 지나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것은 곧 숱한 격동의 세월과 국난의 가시밭길을 국민과 더불어 살고 국민과 함께 숨쉬면서 살아왔는 뜻이다.

국립극단은 6.25전쟁의 참혹한 때에는 국군장병의 사기를 진작하고 위문하기 위해 쏟아지는 총탄과 포연이 자욱한 전선을 찾아가면서 연극의 징소리를 울렸고, 전후의 가난하고 고단한 시절에는 일반서민의 친구가 돼서 순수예술의 기쁨과 감동과 참맛을 베풀어주었고, 지방도시와 멀리 바닷가 마을을 찾아가서는 저들에게 문화향수권을 되돌려주고 '딴따라예술'의 즐거움과 재미를 만끽하도록 선물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네 국립극단이 단 하나의 공공예술단체로서 척박하고 가난한 연극풍토에서 이룩한 빛나는 예술적 성취와 자랑스런 업적은 일일이 매거하기 어렵다. 극단의 창립공연 <원술랑>과 <인생차압>(살아있는 이중생각하)을 비롯하여 <산불> <만선> <달집> <꽃상여> <남한산성>과 <물보라> 등등 현대극의 명창작품들이 너로 하여금 세상에 태어났고, 이해랑과 임영웅 등 수많은 빼어난 연출가 하며, 장민호와 백성희 권성덕 등등 기라성 같은 명배우들도 너의 품속에서 둥지를 틀었고 마침내 오늘날에 대성하였느니.

국립극단, 그대의 남루한 몰골이여. 어쩌다가 이러한 지경에 이르었는고? 너의 초라한 형해는 울타리 밑에 비 맞은 장탉이요 불 타다가 남은 지푸라기이며 쪼그라든 쇠가죽 꼴이구나! 프랑스의 국립극단 꼬메디 프랑세즈는 4백 년을 넘어섰고 모스크바 예술극장은 110년의 나이를 지났으며 영국의 국립극장은 "이 세상 최고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몇백 년의 미래를 내다보며 살아간다. 나는 묻는다. 상기도 늦지는 않았나니 부디 바라노라. 시방 지금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재단법인화'란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고, 외국인 예술감독제가 반드시 최고최상의 해결책인가 거듭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립극단의 해체는 행정만능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고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이다. 역사의 단절이며 전통의 소멸이다. 국립극단의 세계화와 기사회생이 당면과제라면 60년 법통의 극단을 살리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찾아라. 한국연극사는 엄중하게 기록하리라. 오늘날 국립극단의 모양새와 무기력이 전적으로 본인만의 책임과 잘못임은 아닐터. 국립극단 너의 과오와 하자가 나변에 있었으며, 그리하여 헌 짚신짝처럼 외면하고 그대를 목 졸라서 안락사시킨 인자가 과연 어느 시절에 그 누구였는가를 --

때마침 올해는 국립극단의 '환갑의 해'이다. 60년 전통의 자랑스런 환갑 나이에 환갑잔치 상 하나도 풍성하게 받을 새 없이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너는 사라지는구나. 오호 통재라, 국립극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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