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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식의 짧은 글 및 에세이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 '압록강 ... 자술서의 글
 
[저자가 말하는 이 책] - '전북일보' (2014-07-11)

노경식산문집
『압록강 이뿌콰를 아십니까』

‘노경식희곡집’ 제7권 『연극놀이』를 끝권으로 하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 2013년 3월 달의 일.
이른바 극작가 생활 50여 년에 그동안 써온 희곡작품 40편을, 다른 쪽 작품 라디오 나 TV드라마는 제외하고 내나름 총정리해서 묶어낸 셈이었다. 그 속에는 <달집>과 <소작지>의 내 탯자리 남원 땅과, <정읍사> <징게맹개 너른들>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萬人義塚) 등등 전라도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끼어 있다. 앞으로 나의 여건과 시간이 허하면, 내 고향 남원을 소재로 한 향토적 작품을 하나쯤 더 생산해 봤으면 하고 나름대로 꿈꾸고 열심히 준비를 하는 중 --

희곡집을 완간하고 나자 주위의 가까운 연극인 친지들 몇몇이, 인제는 연극계 관련 칼럼과 에세이 등 “짧은 글들”을 한번 묶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권하는 것이었다. 해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고 이곳저곳 흩어진 자료를 모아서 묶어본 것이 「노경식산문집」이다. 책의 편제는 대략 7장으로 구성되었다. 나의 이력서 격인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기행문과 에세이 및 축가, ‘서울연극인의 날’ 선언문, 남북의 화해 및 평화통일을 위해 순수 연극예술 교류를 추진했던 ‘서울평양연극제’의 활동 상황, 그리고 연극계 여러 친지들의 서책에 부친 ‘축하의 글’, 연극계 원로와 고인이 되신 연극인사들에 관한 회고와 추도사 등.

그러니까 40여 년 전, 우리 연극계는 전북 군산 출생의 <英美戱曲 번역의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한 才媛이 있었다. 그녀 박영희(1941-1973)는 군산국민(초등)학교와 군산여중을 졸업하고, 서울의 정신여고와 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 및 고대 대학원을 거친 열혈 연극인이었다. 그당시 연극활동을 위한 희곡작품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열악한 시절에 박영희는 훌륭한 영어실력과 빼어난 무대언어 감각으로, 서구 영미연극계의 새로운 사조와 작품과 현역작가를 번역 소개함으로써 우리의 연극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발군의 성과를 발휘했다. 1971년의 한 해 동안에는 그의 번역극만 무려 7편이나 무대에 올라서 명동 극장가를 누볐다. <꽃피는 체리> <슬픈 카페의 노래> <잉여부부> <사랑을 내기에 걸고> 등.
해서 술자리에서 내가 한 말 --
“서울 명동 바닥에 연극 포스터가 모두 박영희 번역이다. 야, 박영희가 한국연극 죄다 말아 묵을래?”
“내가, 뭘? 자기네들이 작품 없다고 달래잖아! 호호. --”
그런 그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천만 뜻밖에도 새파란 나이 30대에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녀의 아타까운 죽음을 기려서, 『슬픈 카페의 노래』 (박영희번역극집) 한 권을 연극인 모금으로 간행하고, 젊은 연극인을 위한 「영희연극상」(ITI,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주관)을 설립, 故 朴英姬를 추모했다. 그리하여 2008년도의 『한국현대연극 100년 인물연극사』 책에서는 내가 박영희를 회고하였으니, 人傑은 어디 가고 咳唾(해타)만 남았는가!

특히나 ‘칼럼’ 중에는 수년 전 고맙게도 전북일보사 청탁으로 쓰게 된 짧은 글 「타향에서」도 끼어 있다. 매월 한 편씩 반년 가까이 집필한 것으로, ‘중단할 수 없는 발걸음’ ‘남원시립도서관을 위하여’ ‘동편제에 홀린 사나이’ ‘해란강아 말하라’ ‘춘향제 구경가세!’ ‘연극인 박동화 선생을 기리는 계절’ ‘6월의 달력을 넘기며’ 등등. 내 나름대로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감과 우리 연극계 일들에 관한 주제이다. 짧은 글들이니까 심심 파적으로 한번쯤 일독해 보는 것도 무용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래저래 지난 해에 「노경식산문집」을 세상에 내놓고 보니 한국 연극계 일각에서는 과분한 칭찬(?)을 받기도 했다. 어느 연극계 선배님 말씀.
“감히 ‘演劇遺事’라고 할 수는 없고 ‘演劇散步’쯤은 될 수 있겠다! 허허 --”
추신 한 가지. 엊그제 우리 군산에서 열린 ‘제32회 전국연극제’(6. 14-7. 3)에 심사위원으로 참가, 전주 및 군산의 연극인 동지 여러분의 따뜻한 친절과 심심한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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