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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식의 짧은 글 및 에세이입니다.
(2) '국립극단을 살립시다' 한 연극인의 입장
 
[한 늙은연극인의 입장]

“국립극단을 살립시다”

국립극단은 민족문화의 발전과 연극예술의 진흥을 도모하고 국제문화의 교류를 촉진 장려하기 위하여 1950년 봄에 마침내 고고의 성을 울렸다. 국립극단은 창단 초기에 벌써 동족상잔의 비극적 한국전쟁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조국 근대화의 경제부흥과 민주화 운동의 고된 시련기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의 국립극단은 그 숱한 격동의 세월과 가시밭길의 수난과 역사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났다. 춘풍추우 60개 성상, 국립극단이 단 하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공공예술단체로서 척박하고 가난한 연극풍토에서 이룩한 빛나는 예술적 성취와 자랑스런 업적이야말로 모든 이가 인정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국립극단의 이와 같은 공적을 도외시하고 어느 누가 감히 한국연극의 순수예술성과 형형한 성과를 논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국립극단의 예술활동 저조와 실적 부진은 반드시 당해극단만의 책임과 잘못은 아니다. 국립중앙극장의 무책임하고 즉흥적인 예술행정과 국립극단 자체의 무사안일과 무기력성 및 연극인 상호간의 소통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일궈낸 결과임을 우리는 직시한다. 국립극단의 세계화와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외국인 예술감독의 도입(‘문화일보’ 3월 3일, 문광부「언론보도설명」의 ‘검토중’ 3월 4일치)은 정도가 아니다. 외국인 예술감독을 도입함으로써 연극진흥을 도모한다는 명분은 한낱 허위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국립극단을 살리는 길이 아니고 ‘죽이는’ 길이다. 국립극단의 정체성에 흠결이 되고 자존심에 먹칠하는 일이고 나라의 품격을 손상시키는 행위이다. 60년 전통의 국립극단의 명예와 법통을 위하여 순수 한국연극의 매판주의적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인 예술감독의 도입은 행정만능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며,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이다. 비유하건대 ‘국립’이란 관형사가 붙은 하나뿐인 연극단체 장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일은 대한민국의 ‘문화부 장관’에 외국인을 빌어오는 것에 다름아니다.
우리 연극인은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국립극단이 창설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명품극단의 정도를 자랑스럽게 걸어가기를 바란다. 행정당국은 국립극단으로 하여금 정체성과 품위를 지키고 예술창조에 매진하도록 사심없이 도와주며, 연극예술에 대한 국민의 문화향수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만이 국립극단을 살리는 길이다. 한번 허물어버린 건물은 그 원형을 되찾기 어려우며 문화와 역사의 아픈 상처이자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일 뿐이다.
이에 늙은 한 연극인은 다음과 같이 소견과 입장을 정리하고 전국 연극인 모두의 찬동을 구하며, 그 실천을 촉구하는 바이다.

1. 국립극단의 외국인 예술감독제를 절대 반대한다.

1. 국립극단의 독선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법인화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재논의하라.

1. 국립극단의 전속배우를 1백 인 내외로 확충하고,
전용극장을 마련하여 실진적인 발전을 도모하라.

1. 범연극인이 참여하는 “국립극단개혁발전특위”(가칭)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밑에 구성하고 폐쇄적인 밀실행정을 지양하라.

1. 문화예술활동의 창조적 자유와 독립성을 위하여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확고히 하라.

2010년 3월 8일

노 경 식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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