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100년 서울포럼'을 ... |
개회사 |
|
[개회사]
‘21세기에도 幕은 오릅니다’
연극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이 아닌 내일, 2008년 11월 15일은 한국연극 1백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바로 백년 전 1908년의 그날에, 菊初 李人稙의 <은세계>가 경성 원각사에서 신연극의 첫막을 올렸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신연극의 효시에 관해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닌 줄을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엽에 시작된 신연극의 자화상은 시대의 변천과 격동의 역사를 거치면서 숱한 가시밭 길을 걸어왔습니다. 西勢東漸의 광풍과 일제 식민지의 침탈 속에서, 20년대의 신파극과 토월회 탄생, 30년대의 동양극장과 극예술연구회와 카프연극, 40년대 혹독한 태평양전쟁 시기의 친일반민족 연극행위와 樂劇團 활동, 그리고 8.15광복과 6.25 한국전쟁 등등. 민족상잔의 그 고난과 혼란의 전쟁중에도 우리의 선배 연극인들은 연극활동을 결코 머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선배님들은 남루하고 고단한 피난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피난지 부산과 대구에서도, 저 멀리 총소리를 귓가에 들어가며 분 바르고 연극무대에 올랐었습니다. ‘그래도 막은 올랐습니다.’ 포탄이 작열하는 최전선을 찾아가서 국군 병사들을 위한 위문공연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60년대의 가난과 7, 80년대의 개발독재와 민주화운동, 90년대의 IMF 금융위기 속에서도, 선배 연극인들은 한결같이 분 바르고 무대에 올라서, 구슬땀 흘려가며 열심히 열심히 연극을 계속해서 오늘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시대와 세월을 따라서, 그때마다 연극인들은 고단하고 지친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과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였음은 물론이고, 인생살이의 진실과 극예술의 아름다음과, 장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극인의 국가와 사회와 국민에 대한 예술적 공헌과, 그들의 빛나는 예술적 삶을 백안시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단연코 아니될 것입니다.
지난번 6월에 가졌던 제1차 상반기의 토론회 주제는 <한국연극100년의 회고와 한국연극의 현실고찰>이었습니다. 한국연극 백년 동안의 예술적 성취와 오류 및 역사적 과오를 진단하고 총정리하는 자리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제2차 대토론회 주제는 <21세기 한국연극의 패러다임을 위하여>입니다. 그러니까 상반기의 모임이 우리나라 연극의 1백년을 되돌아보는 자리였다면, 오늘의 이 모임은 앞으로 1백년의 한국연극의 위치와 미래상을 내다보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21세기는 세계화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탈장르화 시대로서, 흔히들 모든 예술과 학문의 ‘경계 허물기’와 ‘새틀짜기’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나, 오늘의 각개 발제와 토론자는 직능단체별로 6개 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기와 연출과 희곡, 평론 및 무대미술과 프로듀서협회 등이 그것입니다. 21세기 한국연극의 찬란한 백년을 위해서는, 각개 장르가 이처럼 혼연일체가 되어 합동모임을 갖는 것도 흔치 않는 일이라고 사료됩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수고하고 계시는 전문 연극인들이 많이 모이셨습니다. 오늘의 이 대토론회에서는 값진 성과와 내실 있는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해서, 21세기와 전세계를 향한 새로운 예술작품과 생산력의 고품질화를 위해 우리들이 다 함께 노력합시다. 어제도 막은 올랐고 오늘도 막은 오르고, 내일도 막은 오릅니다. 21세기에도 막은 오를 것이며, 연극무대의 명멸하는 불빛은 면면히 꺼지지 않고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모쪼록 진지한 토론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붓하고 뜻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연극동지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2008년 11월 14일
한국연극100년서울포럼 집행위원장 노 경 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