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7- '6월의 달력'을 ... |
전북일보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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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6월의 달력'을 넘기며
노경식(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0) 입력 : 07.06.27 18:42
엊그제 6월 25일은 한국전쟁 5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어느덧 반세기가 훌쩍 넘어서 60주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난 20세기에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빼놓고는, 6.25전쟁은 가장 참혹하고 가장 수치스럽고 가장 비극적인 전쟁이었을 터이다. 가장 참혹하다함은 장장 3년간에 걸쳐 동원된 무기라는 것이 원시적인 죽창과 돌멩이 몽둥이에서부터 최첨단의 전투기와 대포와 총칼, 기관총에 이르기까지 살상무기의 온통 전시장이 됐다는 점이며, 가장 수치스럽고 야만적이었다는 것은 한배새끼로 누천년을 이어온 동족끼리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낮도깨비’에 씌어서 막무가내로 서로가 죽고 죽이는 동족상잔이었다는 점, 그러고 가장 비극적이었다함은 전터에서 싸우는 병사들은 그렇다치고, 일반서민의 수백만 생령들이 무고하게 죽어갔고, 집 떠나서 한데잠 자며 헐벗고 못먹고 길거리를 헤매이고, 정든 가족들이 서로서로 흩어져 1천만 이산가족을 만들어냈다는 비통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처럼 반백 년이 흘러갔는데도, 6.25전쟁의 그 큰 아픔과 비극적 상채기는 상기도 여전히 치유되거나 아물지 못하고 있으니 어느 누구를 탓하고 이를 어찌하랴!
6월달 월력을 펴놓고 보니까 눈에 띄는 기념일도 많다. 우선 붉은 글자의 6월 6일은 ‘현충일’, 6월 10일은 ‘민주항쟁’ 20돌, 6월 15일은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 7주년, 그리고 ‘한국전쟁’ 57년이 되는 6월 25일 등등. 현충일은 익히 알다시피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 목숨 한 몸뚱이를 초개같이 버리신 영령들을 추념하는 국가기념일이다. 무슨 군더더기 말씀을 더 보태랴. 순국선열의 고귀한 넋과 희생 앞에 깊이 머리 조아리고 그저 묵념할 밖에.
6.10민주항쟁은 긴긴 30여 년에 걸친 군사독재를 끝장내고 마침내 자유와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와 고귀한 이념을 되찾아 쟁취하고 실현한 날이다. 그동안에 군사독재의 암흑과 폭압 속에서, 5.18광주항쟁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학생과 지식인, 노동자와 농민, 선량한 시민들의 시련과 희생은 얼마나 크고, 억울한 죽음과 고통은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호헌철폐와 민주주의의 쟁취 및 환희의 그날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의 성적표는 반드시 플러스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6.15공동선언은 남과 북의 두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서로 끌어안고, 이 땅에서 참혹한 전쟁을 몰아내고 평화와 번영를 다짐한 우리네 한민족사의 기념비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북측에서 표현하고 있는 ‘우리민족끼리의 승리’라는 주장을 어느 정도 용인한다 해도 공동선언 7주년의 성적표 역시 아직은 미흡하고 험난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 숟갈에 배 부를 수가 있으랴. 지난 세월에 반세기 이상 지속된 남과 북의 지독한 불신과 대결의 역사가 바야흐로 화해와 협력의 새역사로 확실히 바뀌어 가고 있으며, 그리하여 한민족끼리 완전한 자주평화통일의 그때 그날이 시나부로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가 믿어도 좋지 않을까! --
이제 6월이 가고 7월이 오면 하반기에 들어서, 12월달에는 새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있게 된다. 대통령이란 국운과 역사를 저울질하는 막중한 자리 아닌가. 부디 민주주의와 복리를 신장시키고, 남북의 평화통일을 한발짝 앞당기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세계화에 진일보할 수 있게, 그만한 신념과 용기와 경륜을 갖춘 멋쟁이 대통령이 제발 선택되기를-- 나는 걷기운동 삼아 아침마다 내가 찾아가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의 정문 위에 높이 걸려 있는 큼지막한 플래카드의 글귀를 유심히 바라본다.
“6월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을 위한 ‘보훈의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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