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작품
   수상 작품
   공연 작품
 짧은 글밭
   작품집
home < 작품 < 짧은글밭
 
노경식의 짧은 글 및 에세이입니다.
개회사- '중단할 수 없는 발걸... 개회사
 
[개회사]

중단할 수 없는 발걸음

안녕하십니까.
여러 가지 바쁘신 중에도 이처럼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서울평양연극제’ 창설을 위한 연속토론회의 세 번째 자리입니다. 마침 내년이면 오늘날의 근대 서양연극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대략 1백 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조금 앞질러서 논의 주제를 ‘2006- 한민족연극 100년 대토론회’로 잡은 것입니다.

여러분이 프로그램에서 보셨다시피, 멀리 연해주와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에서 한민족의 자존과 긍지를 가지고 우리만의 “고려인연극“을 씨 뿌리고 가꾸었던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 그리고 만주의 옛 북간도 땅에서 일제하 민족의 해방과 자주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중에서도 ”조선족연극“을 훌륭하게 꽃 피워낸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각각 현역 연극인 몇 분을 기쁜 마음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만, 정작 가장 가까운 근거리에 있는 평양의 북쪽 연극인을 만날 수 없게 됨은 매우 섭섭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에 저희들은 지난 해 여름에는 중국의 베이징에서, 그러고 또 지난번 7월 달에는 역시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측의 책임있는 인사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 이렇게 또 부자연스럽고 엉성한 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첫 숟갈에 배 부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여기서 중단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 연극인의 걸음걸이가 비록 지지부진하고 미미하며, 별로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는 느린 소 걸음일망정 이대로 중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고, 내일 아니면 다음달, 또 다음달이 아니면 내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우린 어떤 신념과 의지와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쪽과 북쪽은, 우리가 엊그제 10월 3일 개천절을 기념하여 모신 단군성조야말로 남과 북의 똑같은 할애비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옛날 고조선에서부터 3국시대, 고려왕조와 조선조 때까지 누천년의 역사와 정치 속에서, 똑같은 문화와 똑같은 말, 똑같은 풍속으로 더불어 살아왔으며, 우리의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을 남과 북은 똑같이 나라 글자로 함께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입니까. 그것은 지난 세기에 있었던 처절한 우리의 독립투쟁 역시 선열들의 공동목표는 남과 북을 구분할 필요도 없이 똑같이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국권회복이요 민족해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평범하고 지당한 역사적 진실과 민족적 동질성을 설명하자면 끝도 없을 것입니다.

길을 놓아두고 뫼로 가서는 아니됩니다. 가령 남과 북이 똑같이 떠받드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오르내리는 데 있어 멀리 러시아와 중국 땅을 밟고 가서는 안됩니다. 가장 가깝고 손쉽고 지름길인 내 나라 내 땅의 나의 길을 놔두고 멀리멀리 돌아서가다니요! 북쪽 사람이 제주도 한라산을 올라가는 데 중국 대륙이나 남지나해의 푸른 바다를 멀리 건너와서야 되겠습니까? 가까운 장래에, 기필코 오늘이 아니면 내년에라도 이같은 억지와 부자연스러움은 하루 빨리 극복되고, 확실하게 남과 북 사이에 없어져야만 합니다. 그것들을 위한 작은 하나의 방편이 되고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서, 우리 서울 연극인들은 평양의 동포 연극인들을 만나고자 하는 것입이다. 그리하여 21세기 어느 날엔가는 한민족연극의 세계화를 찬란히 꽃 피우게 하고, 우리 다함께 “서울평양연극제”의 멋진 팡파레가 울려퍼질 그때 그 시각을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오늘의 이 자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깊이 감사드리고,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께서는 끝까지 함께하셔서 모쪼록 유익한 대화의 장이 되며, 이따가 약주도 한잔씩 나누면서 즐거운 담소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분!

2006년 10월 17일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회 위원장 노 경 식
 
이전글  건의서- '재외동포연극 돕기...
다음글  2006서울국제공연예술제 '祝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