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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식의 짧은 글 및 에세이입니다.
2006서울국제공연예술제 '祝文' 고사 축문
 
축 문

維 歲次
단군기원 4339년,
서기 2006년 병술 시월 상달, 초이렛날 이른저녁 다섯 시,
예술감독 김철리는
대한민국의 서울 대학로와 동북아시아, 온세상 땅끝까지 계시는
딴따라 굿판의 모든 광대신령님께
敢昭告于 엎드려서 고하나이다.

어느덧 또 해가 바뀌어 歲序遷易,
제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기쁘고 즐거운 개막일이 돌아왔습니다.
어제는 추석 대명절 한가위
오늘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개막날.
대한민국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폴란드,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벨기에,
러시아, 이스라엘, 영국과 독일 등등,
14개국 스물일곱 단체 26개 작품들이,
아르코예술극장과 마로니에공원과,
국립극장, 서강대 메리홀, 드라마센터,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오늘부터 29일까지 23일 동안을
온천지 광대패들이 죄다 모여들어서
잔치 굿판으로 난장판을 펼칠 작정입니다.

대망의 개막작으로는
사랑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비극적 인간군상을 그린
폴란드의 <정화된 자들>에서부터
대단원의 막을 장식할
폐막작은 벨기에의 무용작품 <떠들썩한 잔치>까지 ~
어화 세상 좋을시고 지화자 좋을시고
오늘은 기쁜 날이로세 광대신령님 좋을시고.

뿐이옵니까, 광대신령님!
오늘의 잔치굿판을 알차게 마련키 위해서
짭짤하게 부대행사도 마련하였습니다.
젊은 연극평론가를 위한 비평워크샵, 서울포럼, 예술가와의 현장대화,
연극계 어른들의 숨결과 역사를 맛볼 수 있는 자료전시회,
그러고 서울평양연극제의 창설을 위한 ‘한민족연극 100년 대토론회’ 등등
들을 것도 많고 눈요기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 술맛에 안주거리도 풍성합니다요.

광대신령님께 바라옵니다.
타락한 상업주의의 대중성과 이벤트행사에서 벗어나고,
부디 인간 삶의 진정성과 존엄을 실현하며
나아가 사랑과 평화와 행복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네 광대들의 꿈이요 소망입니다.
연극과 무용, 음악-
바라옵건대 공연예술의 순수성과 기본에 충실하고
우리의 동시대에 펄펄 살아 움직이는 진정한 “참예술”을
많이 많이 수도 없이 생산케 하소서.
그리하여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거듭할수록,
아시아 최고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로서
높이높이 우뚝 서고 넓게넓게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소원하나이다.

우리의 광대신령님들
존경하고 엄숙하신 광대신령님,
때마침 금풍도 소슬하고 가을하늘 청명하며
五穀百果 들녘에서 무르익고
천고마비 호시절에 結實의 季節입니다.

追遠感時 昊天罔極,
신령님의 그 하늘같이 높으신 사랑을 바라고
또한 길이길이 하해같이 넓으신 은혜를 잊지 못하여,
삼가 맑은 막걸리 술과 예쁜 돼지 대가리,
햇과일과, 햅쌀로 빚은 떡시루에,
몇 가지 과자 부스러기,
그러고 사탕 등등으로 공손히 바치오니
기쁘시고 한량없는 마음으로
부디 흠향하시옵소서.
尙饗! ~

2006년 10월 7일

김철리 예술감독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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