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극교류의 바람직한 방... |
논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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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연극제 제2차 '북쪽연극 바로알기- 명배우 황철의 인간과 예술세계'에서 발표한 글)
[기조발제]
서울평양 연극교류의 바람직한 방향을 위하여
노 경 식 (극작가, 서평추위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지난 8월달 중순께에 본인은 중국 베이징으로 가서 북쪽의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있는 인사를 약 두 시간 동안 단독으로 회동한 바 있었습니다. 그는 베이징에 상주하고 있는 북측의 책임자였는데, 매우 정중하고 예의바른 인물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본인은 서울연극협회의 성격과 위상에 관한 현황 자료 및 책자 등을 그에게 제시하고, 그러고 서울평양의 연극교류에 대한 우리들의 뜻과 바램을 설명하면서, 우선 가능하고 바람직한 단계로서 두 가지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즉 북측의 조선민화협과 남측의 서울연극협회는 6.15공동선언 정신의 실천을 위하고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연극예술의 남북교류 및 협력사업에 관하여 진솔하고 성실하게 논의하였습니다. 첫째로는 금년 가을 10월 3일의 개천절에 즈음하여, ‘광복60년 남과 북의 연극예술에 대한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를 서울이나 혹은 개성과 금강산 등 합의된 장소에서 공동개최하며, 둘째는 내년 2006년 5월에 개최하는 제27회 서울연극제에 북측 연극인이 참가하여 축하공연 및 ‘북쪽연극 바로알기’의 자료전시회를 추진하되, 공연작은 <성황당>(혁명연극)이나 <딸에게서 온 편지>(본격희극) 등 비이념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 어떤가 하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설왕설래 오고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는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진전이 더는 없는 실정이다.
우리 연극인은 깜짝 쇼의 어떤 이벤트나 일회성의 ‘반창고 행사‘를 바라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0년도의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될 즈음에 연극계는 나름대로 몇 가지의 발걸음질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사)한국연극협회(이사장 박웅)는 긴급이사회를 소집,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성원하는 ‘남북정상회담 지지성명’을 6월 10일자로 발표하고, 협회 안에 ‘남북연극교류 특별위원회’(위원장 노경식)의 구성을 결의했다. 그러고 나서 ‘6.15공동선언’이 정작 발표된 뒤에는 우리들 스스로 ‘남북의 연극예술 교류 및 통일연극을 위한 연극인 선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남북연극교류위원회의 목적은 ‘남북 양쪽의 연극 및 공연예술의 상호교류를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예술의 창달과 세계화를 도모하며,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거창하게(?) 밝히면서-- 그러고 그 실천방안으로는 그해 가을에 열리는 제24회 ‘서울연극제’에 북쪽 연극인의 참관 초청을 기대하면서, 제1차 남북연극교류 학술심포지엄을 수유리에 있는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조촐하게 개최한 바 있었다.
주 제 : “남북 공연예술 교류의 실천적 방안” 1. 남북한 연극교류에 대하여/ 유민영 (연극평론가, 단국대 교수) 2. 북한의 연극과 희곡문학의 현실/ 양승국 (연극학자, 울산대 교수)
전문학자 2인의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사회 김석만 연극원 교수)으로 이어졌는데, 대략 50여 명의 연극인 및 관련 학자들이 참석하고, 열띤 토론으로 매우 성공적인 모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아쉬움은 마땅히 있어야 할 북쪽 연극인은 한 사람도 없고, 남쪽 연극인들만의 ‘잔치’라는 점이다. 이름이 ‘남북’이라면 남쪽도 있고 북쪽도 있어야만 매우 자연스럽고 지당한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우리 문화예술쪽의 남북 상황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고 발전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오늘의 황철 선생을 재평가하는 이 자리에도 북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련 전문학자나 연극 예술인이 함께 참여해서 머리 맞대고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훌륭하고 멋있고 떳떳한 자리가 되겠는가? ----
어쨌거나 그럭저럭 3년여의 공백 끝에 우리 연극인들은 마음을 다시금 추수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서울평양연극제’의 일로서, 지난 해에 새로 탄생한 서울연극협회(회장 채승훈)가 이사회의 결의로써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회’(위원장 노경식)를 출범시킨 것을 말한다. 즉 그 옛날 일정 때의 1930년대에 있었다는 서울과 평양간의 ‘경평(京(덧말:경)平(덧말:평))축구대회’처럼 “서울평양” 또는 “평양서울”의 연극제를 창설하자는 의미인 것이다. 여기서 ‘서평추위’(약칭) 설립목적과 그 사업방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2조 목적) 서울·평양연극제(또는 ‘평양·서울연극제’) 추진위원회는 남북의 대표적 문화중심지 서울과 평양 양측의 연극(공연)예술의 교류협력을 통하여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문화적 삶의 질을 고양하고, 통일민족예술의 창달과 세계화를 도모하며,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통일에 기여하고자 한다.
(제10조 사업) 이 위원회는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 1. 서평연극제를 위한 이론정립과 실천방안 연구 2. 서울·평양 연극인의 친선방문 및 초청 추진 3. ‘서평연극제(평서연극제) 공동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4. 서울·평양 연극예술단의 교환방문 및 공연 추진 5. 서울·평양 연극인의 직능별 공동훈련 및 워크숍 개최 (극작, 연기, 연출, 무대미술, 조명, 음향, 분장, 의상 및 학술 분야 등) 6. 서울·평양간 극예술작품의 공동개발 및 합동공연 7. 기타 서평연극제의 상호교류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
그리하여 작년 12월에는 첫 사업으로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서울평양연극제 제1차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었다.
주제 : ‘서울평양 연극교류의 역사성과 발전적 방향’ 발 제 : 기조연설- ‘마음의 38선부터 허물어야 한다’ - 차범석 (극작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 ‘남북 문화의 차이와 거리, 그 다가섬을 위하여’ - 전영선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 2. ‘혁명연극 <성황당>으로 본 북한연극’ - 박영정 (한국문화관광 정책연구원) 3. ‘남북한 문화교류와 문화공동체 형성’ - 임채욱 (북방문제연구소 부소장) 4. 민족가극 <금강> 관련 경과보고 - 김석만 (연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위의 민족가극 <금강>은 지난번 평양에서 개최되었던 ‘6.15민족통일 대축전’에서 유일한 예술작품으로 참가, 평양의 봉화예술극장에서 공연됨으로써 감동과 갈채 속에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음은 우리가 잘 아는 바이다.
남과 북 서울평양의 연극교류의 바람직한 방향이란 여러 갈래와 몇 가지의 단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 중에서 한 가지가 우선 남북의 인적교류를 통한 ‘북쪽연극 바로알기’의 방식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우리는 반세기도 훨씬 넘는 단절과 소외의 높은 담벼락에 갇혀서 그 실체와 진실을 서로간에 깜깜 모른 채 왜곡과 암흑 속에서 살아왔다. 가까운 예로 지금 오늘 이 자리에서 다루게 될 연극배우 황철에 대해서도 그동안은 줄기차게 잘못 알려져 온 것이 사실이다. 가령 ‘북쪽으로 넘어간 황철은 6.25전쟁 때 한쪽 팔을 잃은 뒤에 매우 고생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타계’ 하였노라고 돼 있다. 우리가 그동안에 알고 지냈던 연극배우 황철에 관한 소식이란 불과 이 정도에 그치고만다. 그런데 이제사 밝혀진 그의 말년은 전혀 엉뚱하고 색다르기만 하다. 연극배우 황철은 한낱 예술가로서는 드물게 그의 죽음에 이르러 장엄한 ‘사회장’으로 모셔졌으며, 그의 유해 또한 우리의 국립묘지 격인 ‘애국렬사릉’에 안장되어 있다는 것이 북쪽의 실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이 자리는 지난 반세기 50여 년 동안이나 단절되었던 우리의 현대연극사를 새롭게 복원하는 셈이 되며, 아울러서 남과 북 서울평양 연극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도 큰 보탬이 되는 자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여기서 우리는 남북 문학예술의 만남이란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남쪽의 예술활동이 거의 무한대(?)의 창작의 자유를 구가하는 반면, 사회주의국가에서의 극예술은 오로지 혁명과 건설을 위해 ’인민대중을 교화하는 강력한 무기로써‘ 그 본분을 다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발전된 남과 북의 독창적 연극예술을 그 실체로서 피차간에 이해하고 배워야 하며, 나아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문화적 삶을 고양하고 통일민족예술의 창달‘을 위하여 꾸준히 모색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민족의 평화통일과 통일민족예술의 세계화를 위해 그 하나의 지름길이 될 우리의 ‘서울평양연극제’ 혹은 ‘평양서울연극제‘가 그 화려한 팡파레를 울릴 그날을 기대하면서 ---- (끝)
* 사진 : '일제 및 해방공간에 내가 본 황철연극'의 주제를 발표하는 극작가 차범석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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