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연극제'의 창설을 ... |
논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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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예진흥원이 발행하는 <문화예술> 8월호의 '집중기획- 해방60주년과 남북문화예술교류' 특집에서~
‘서울평양연극제’의 창설을 제안한다
노경식 (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서울연극제’에 북쪽 연극인을 ----
위의 글은 지난 1992년 봄에 극단 여인극장이 문예진흥원의 ‘창작활성화 지원금’까지 받아서 본인의 졸작 <춤추는 꿀벌>(연출 강유정, 장소 문예회관 대극장)을 공연하게 되었을 때 그 공연 프로그램의 ‘작가의 말’에 쓴 소제목이다. 어느덧 10년도 훨씬 넘은 세월이다. 때에 남북간의 정치상황은 제6차 남북고위급(총리)회담이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리는 등등-- 바야흐로 남북이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 시대를 맞이하여 민족의 동질성 회복은 물론 공동이익과 상호간의 번영을 이룩하고, 나아가 자못 민족통일의 길이 열리는 것 아닐까 하고 ‘성급한 판단’으로 야간은 흥분하고 들뜨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난 평소에 나름대로 민족분열과 분단가족- ‘이산가족’이란 표현이 탐탁치 않다--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몇편의 극작품을 써온 터라, 우리가 지금 연년이 개최하고 있는 ‘서울연극제’에 북쪽의 평양 연극인들도 함께 참가해서 축제를 벌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절실한(?) 심정에서 위와 같이 적어본 것이라고 하겠다. 그때의 <춤추는 꿀벌>은 나로선 분단가족 소재의 세 번째 작품인 셈이다. 처음은 85년에 발표한 <하늘만큼 먼나라>, 두 번째 <타인의 하늘>(87), 그리고 이번의 공연작품 등-- 첫 번째는 6.25전쟁으로 남쪽에 내려와서 40여 년을 서로 헤어져 살게 된 어떤 노부부의 서글프고 기구한 운명을 그려본 것인데, 극단 산울림(연출 임영웅)이 공연하여 그해의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었다. 두 번째 <타인의 하늘>은 극단 실험극장 공연으로서 북쪽에 가족을 둔 어느 노동자 출신의 ‘남파간첩’이 남쪽에 내려와서 전향 정착함으로써 빚어비는 가족간의 비극이고, <춤추는 꿀벌>은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시대가 상당 부분 발전 성사되었다는 작가 나름의 상상력 아래, 북쪽에 있는 ‘큰아들’이 남쪽에 살고 있는 그의 ‘친아버지’ 가족을 방문해서 빚어지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분단가족의 정체성 문제를 한번 짚어본 것이다.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이산가족 만남이란 것이 서울이다, 평양 혹은 금강산 등으로 아직까지도 특정한 장소와 집단모임 형식으로 성사되고 있음을 볼 때, 각자 북단가족들이 자기네 본인의 가정을 몸소 방문하여 사나흘 동안이나마 그 깊은 정과 회포를 나눈다는 이야기 설정은 그 시절의 나로선 너무나도 소망적이고 한 발짝 앞서나간 드라마 구성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서울연극제에 북쪽 연극인을 ----’ 하는 이 말은 10여 년이 지나서 상기도 유효한 것만은 틀림없다 할 것이다.
왼손뼉이 혼자서 어찌 울랴 2000년의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될 즈음에 우리 연극계는 나름대로의 몇 가지 발걸음질을 시도하였다. 우선 (사)한국연극협회(이사장 박웅)는 긴급이사회를 소집하여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성원하는 ‘남북정상회담 지지성명’을 6월 10일자로 발표하고, 협회 안에 ‘남북연극교류 특별위원회’(위원장 노경식)의 구성을 결의하였다. 또한 정작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로는 ‘남북의 연극예술 교류 및 통일연극을 위한 연극인 선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남북연극위원회의 목적은 ‘남북 양쪽의 연극 및 공연예술의 상호교류를 통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예술의 창달과 세계화를 도모하며,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고 실천방안으로는 그해 가을에 열리는 제24회 ‘서울연극제’에 북쪽 연극인의 참관을 초청하며, 관련 학술심포지엄의 개최 등등 ---- 그리하여 가을에는 제1차 남북연극교류 학술심포지엄을 수유리에 있는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조촐하게 개최하였다. 주제는 ‘남북 공연예술 교류의 실천적 방안’--
주제 발표자 : 1. 남북한 연극교류에 대하여/ 유민영 (연극평론가, 단국대 교수) 2. 북한의 연극과 희곡문학의 현실/ 양승국 (연극학자, 울산대 교수)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사회 김석만 연출가)으로 이어졌는데, 대략 50여 명의 연극인 및 관련 학자들의 참석과 열띤 토론으로 매우 성공적인 모임이었다.
그러나 아쉬움은 마땅히 있어야 할 북쪽 연극인은 하나도 없고, 우리 남쪽 연극인들만의 ‘잔치’라는 것. 이름이 ‘남북’이라면 남쪽도 있고 북쪽도 있어야만 지당한 것이 아닌가. 우리들의 뜻과 외침은 메아리 없는 소리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울리지. 孤掌難鳴(고장난명)-- 왼손뼉이 혼자서 어찌 울랴! 그나저나 둘이 하나가 되어 오손도손 정분(?)을 나눈다는 것은 우리들 형편에 고도의 정치적 국제적 군사적 상황이니까 그렇다 치고, 그 다음 번으로 이어진 협회 집행부(이사장 최종원)의 몰상식과 무의식과 역사에 대한 문맹은 이와 같은 일련의 의미있는 작업들을 완전히 무위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즉 모처럼 시작한 남북연극위원회의 활동에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고 유야무야로 ‘깨끗이’ 방치해 버리고 말았으니,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회’의 출범 그럭저럭 3년여의 공백 끝에 우리 연극인들은 다시금 마음을 추수르게 되었다. 지난 2004년 여름에 서울연극협회(회장 채승훈)는 이사회의 결의로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회’(위원장 노경식)를 출범시킨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옛날 일정 때의 1930년대에 있었다는 서울과 평양간의 ‘경평(京平)축구대회’처럼 ‘서울평양‘ 또는 ’평양서울‘의 연극제를 개최하자는 의견으로 정리된 것이다. 우리들의 연중행사 ’서울연극제‘에 단순히 북쪽 연극인의 참가를 바라는 것보다는 한층 발전되고 성숙한 생각이 아닌가 한다. 우리들의 ‘서평추위’(약칭) 설립목적과 사업활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2조 목적) 서울·평양연극제(또는 ‘평양·서울연극제’) 추진위원회는 남북의 대표적 문화중심지 서울과 평양 양측의 연극(공연)예술의 교류협력을 통하여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문화적 삶의 질을 고양하고, 통일민족예술의 창달과 세계화를 도모하며,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통일에 기여하고자 한다.
(제10조 사업) 이 위원회는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
1. 서평연극제를 위한 이론정립과 실천방안 연구 2. 서울·평양 연극인의 친선방문 및 초청 추진 3. ‘서평연극제(평서연극제) 공동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4. 서울·평양 연극예술단의 교환방문 및 공연 추진 5. 서울·평양 연극인의 직능별 공동훈련 및 워크숍 개최 (극작, 연기, 연출, 무대미술, 조명, 음향, 분장, 의상 및 학술 분야 등) 6. 서울·평양간 극예술작품의 공동개발 및 합동공연 7. 기타 서평연극제의 상호교류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
그리하여 지난 작년 12월에는 서울평양연극제 제1차 학술심포지엄을 학전그린 소극장(대학로)에서 우선 개최하였다.
주제 : ‘서울평양 연극교류의 역사성과 발전적 방향’ 발 제 : 기조연설- ‘마음의 38선부터 허물어야 한다’ - 차범석 (극작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 ‘남북 문화의 차이와 거리, 그 다가섬을 위하여’ - 전영선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 2. ‘혁명연극 <성황당>으로 본 북한연극’ - 박영정 (한국문화관광 정책연구원) 3. ‘남북한 문화교류와 문화공동체 형성’ - 임채욱 (북방문제연구소 부소장) 4. 민족가극 <금강> 관련 경과보고 - 김석만 (연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위의 민족가극 <금강>은 지난번 평양에서 개최되었던 ‘6.15민족통일 대축전’에서 유일한 예술작품으로 참가, 평양의 봉화예술극장에서 공연됨으로써 감동과 갈채 속에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음은 우리가 잘 아는 바이다. 그때의 심포지엄에서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북쪽 연극인은 여전히 없고 서울 연극인 우리들만의 ‘잔치’라는 것.
‘서울평양연극제’의 화려한 그날을 기대하며
우리 ‘서평추위’의 활동은 비록 일천하고 그 실적 또한 미미하다고 하나 지난 1월경에는 북쪽 연극인에게 서울 연극인의 우리 뜻을 전달한 바 있었다. 이름하여 ‘2005-서울연극제에 초청합니다’ ---- 그것은 장차 ‘서평연극제’를 위한 앞선 준비단계로서 남북 연극인들끼리의 인적 물적교류를 뜻한 것이다. 더구나 올해 2005년은 광복60년에다 민족분단 60년임을 상정할 때 학술세미나 등 몇가지 부대사업을 덧붙여서 제안했던 것이다.
1. 학술토론회 주제 : “조국광복 60 민족분단 60- 남북의 연극예술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내용 : 서울과 평양의 양측 연극인들이 각각 그들의 연극 발전상을 발제하고, 남북 연극의 현실과 차이, 민족화해의 동반자적 관계 및 연극예술의 통일지향적인 과제 등을 토론하고 모색한다.
2. “북녘연극 바로알기“ 전시회 (생략)
3. “북녘 희곡작품의 무대실연” 행사 (생략)
올해는 남과 북의 교류 협력사업이 여러 분야에서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참으로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정치와 경제 북핵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지난 6월 15일 평양에서 있었던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통일 대축전’과 오는 8.15에 서울에서 개최될 같은 성격의 ‘통일대축전’, 그리고 7월 20일부터 당장 시작되는 역사적인 평양에서의 ‘남북 민족작가대회’ 등등 ----
우리 연극인은 깜짝 쇼의 어떤 이벤트나 일회성의 ‘반창고 행사‘를 바라지 않는다. 남과 북의 문학예술의 만남이란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 아닌가. 남쪽의 예술활동이 거의 무한대(?)의 창작의 자유를 구가하는 반면, 사회주의국가에서의 극예술은 오로지 혁명과 건설을 위해 ’인민대중을 교화하는 강력한 무기로써‘ 그 본분을 다하고 있음에랴!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발전된 남과 북의 독창적인 연극예술을 서로간에 이해하고 배우고, 나아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문화적 삶의 질을 고양하고 통일민족예술의 창달‘을 위해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밀고 나아갈 것이다. 민족의 평화통일과 통일민족예술의 세계화를 위하여 그 하나의 지름길이 될 우리들의 ‘평양서울연극제‘ 또는 ‘서울평양연극제’의 팡파레가 울려퍼질 화려한 그날을 기대한다. 그런데, 왼손뼉이 혼자서 어찌 울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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