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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식의 짧은 글 및 에세이입니다.
'프랑스 말을 해독하는 독자... 머리말
 
[ROH KYEONG-SHIK 희곡집] 불어판에 쓴 글~

프랑스 말을 해독하는 독자들에게

오늘날 영어와 더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세계적인 공용어 중의 하나인 프랑스 언어로써 한국의 극문학 작품이 번역 출간됨에 이르러, 당사자 본인은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럽고 흐뭇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문학예술의 세계시장에, 한국 태생의 한 새색시가 실오라기 하나도 안걸치고 있는 그대로 빨가벗고 나서는 심정이다. 가슴은 두근두근 콩알만 하며 얼굴은 모닥불이라도 끼얹은 듯 수집어서 화끈거리고, 그러나 속셈은 왠지 은근한 자랑과 자신감로 넘쳐난다고나 할까? 이쁘게 잘 봐주고 평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익히 알다시피 한국은 동북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비록 작은 나라이기는 하나, 이웃의 큰나라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언필칭 5천 년의 찬란한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가꾸면서 살아온 국가이다. 한국민은 자기만의 독특한 언어를 愛用하고,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한글”이라는 특정한 문자를 창안해서 무려 5백 년간을 常用하고 있는 그야말로 자랑스런 문화민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20세기 초엽에 西歐列强의 아시아 침탈과 日帝의 식민지 지배는 우리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엄청난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한 세계사적인 이념대결과 동서냉전의 여파는 또한 한국인들의 가족이산과 6.25 한국전쟁과 국토분단이라는 슬픔과 비극으로 남았다. 그것은 곧 오늘날 지구상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분단국가를 의미하는 것이며, 진실로 부끄럽고 서글프고 가슴 아픈 現存이다. 이에 나는 수록된 작품의 이해와 감상을 돕기 위해서, 각 해당작품의 시대배경과 역사적인 상황을 간략히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하늘만큼 먼나라>(1985): 작품의 소재는 한국의 유일한 공영방송사인 KBS가 펼친 “이산가족찾기”의 특별 생방송에서 비롯됐다. 그 프로그램은 과거의 처참했던 한국전쟁과 국토분단으로 말미암아 뿔뿔이 흩어지고 헤어져서 그 생사를 알 수 없는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 당瑛湄湧?직접 방송에 출연하여 서로서로 확인하고 재상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그 동안 40여 년간을 아무런 소식도 생사조차도 모른 채 서로간에 떨어져서 살아왔던 그 이산가족들의 만남과 찾기--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자매 및 일가친척 등등-- 는 그야말로 감동과 흥분 속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당사자들뿐만 아니고 TV시청자들까지도 모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민족의 피 맺힌 한과 눈물을 함께 나누고 같이 풀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극작품의 줄거리와 내용은 전혀 虛構的인 사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책임과 빚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귀속한다. 8.15해방과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 했던 20대의 젊은 부부가 40여 년 세월이 흘러서 60대의 노인세대가 되어 다시금 해후한다. 지나간 40년간의 뼈아픈 세월과 기억을 단순히 감격적인 만남과 기쁨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자, 피할 수도 없고 뿌리칠 수도 없는 냉혹한 현실문제가 아닌가!

<서울 가는 길>(1995): 이것은 어느 한적한 시골의 철도역 구내에서, 한 이름 없는 건달 사나이가 거대하고 육중한 달리는 기차를 세우고자 애쓰는 이야기로서 寓意的인 작품이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군사독재정권에 시달리면서,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부단히 투쟁해 왔다. 특히 1980년의 “光州민주화운동”은 수백 명의 처참한 죽음과 엄청난 희생을 불러왔으며, 양식 있는 모든 세계인의 분노와 항의를 자아내게 한 일대 사건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군사 독재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구상 곳곳에서 자행하고 있는 절대권력에 의한 국가폭력은 과연 그 본질이 무엇이며, 그 끝머리는 어디쯤인가.

<千年의 바람>(1999): 흔히들 역사의 기록이란 승리하고 지배하는 자들의 편일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기면 충신이요 패하면 역적이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역사는 승리한 자의 자랑스런 기록이고, 패배한 자들에게는 오욕의 기록일 뿐이다. 이 작품은 지난 10세기 경에 한반도를 통일하여 5백여 년간의 고려왕조를 세운 “태조 왕건“에 맞서서, 그와 자웅을 겨루었던 후백제의 실패한 임금 ”견훤“에 관한 이야기를 극화한 역사극이다. 다만 여기서는 역사의 거짓(허위)과 진실의 왜곡 및 지식인의 아세곡필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작가 나름대로 역사를 해석하고 재구성해 본 것이다.
초연 때의 연출자 채윤일(Chai, Yun Ill)씨의 글을 인용하기로 한다. ‘노경식(Roh, Kyeong-Shik) 선생의 신작 <천년의 바람>은 지금까지의 통설을 의심해 보고 기존의 역사를 다른 시선으로 가정해 보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우리는 새로운 역사인식과 함께 이 작품의 크나큰 매력을 아니느낄 수 없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역사극의 매력 또한 역사를 다시 더듬어보는 작가의 상상력에 있다고 할 것이다.--’

끝으로, 본인 자신과 이번 작품들에게 이와 같이 훌륭한 기회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대산문화재단에게 우선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러고 또한 무엇보다도 어줍짢은 작품을 번역하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을 한유미 선생 ** 등에게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뿐이며, 도서출판을 맡아 준 **출판사 이하 편집진 여러분들에게도 멀리 아시아의 한국 땅에서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하는 바이다.

2003년 10월

한국 서울에서 저 자 씀.


* (이 '희곡집'은 2004년 10월에 초판이 발행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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