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작품
   수상 작품
   공연 작품
 짧은 글밭
   작품집
home < 작품 < 짧은글밭
 
노경식의 짧은 글 및 에세이입니다.
[노경식연극제]에 부쳐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올해(2003년)로써 나도 ‘경로의 나이’에 들어섰다. 어느새 뒷머리는 듬성듬성 죄다 빠지고 얼굴 위에 생긴 굵직한 주름살 하며, 축- 처진 턱 아래의 목덜미도 쭈글쭈글 세월의 나이들었음이 완연하다. 허허~ 상기도 내 기분과 생각은 3, 40대의 청장년인 셈인데-- 각설하고, 나로서는 올해가 뜻 깊은 해인가 보다. 그 하나는 모 출판사에서 <노경식 희곡집>(전5권)을 준비중이며, 그 둘은 뜻 하지 않게 “동랑 유치진 연극상”을 내가 수상하게 된 점이고, 그 세 번째는 대구의 무천극예술학회가 생광스럽게도 “노경식 연극제”를 기획한 일이다.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한 자랑스럽다.

돌이켜보면, 40여 년을 연극계에 몸담고 창작을 해온 셈이다. 지난 65년도에 서울신문사 신춘문예에 단막물 <철새>를 가지고서 모쪼록 등단이랍시고 사계에 얼굴을 내민 처지였으니, 딱히 올해로 2년이 모자라는 40년 세월이다. 그동안 나는 먹고살기 살기 위해 15, 6년간의 출판사 편집쟁이 생활을 겹치기 하면서, 그러고 이따금씩 서너 차례의 라디오드라마와 TV극의 집필을 빼고 나면, 오로지 순수연극예술의 희곡창작에만 매달렸던 꼴이다. ‘배운 도저적질’이라더니, 그저 아는 것이 변변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재주 --특히 오늘의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벌이 할 수 있는 재능 같은 것-- 다른 재주도 영 없어서, 멍청하고 우직하게 대가리 꾹 처박고 그냥 원고지만을 끄적거리면서 한세상 살았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까, 한심스럽게도(?) 그 힘들고 어려운 집안살림을 큰 불평 한마디 없이 살아준 아내가 예쁘고 고마우며, 크게 비뚤어지지 않고 그런대로 잘 성장해 준 세 명의 자식놈들이 대견스러울 뿐이다.

지금까지 내가 써온 극작품을 헤아려보니, 무대공연에 올려진 희곡만 장단막극을 모두 합쳐서 꼭 32편에 이른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이다. 이들 가운데서 그래도 ‘쓸 만한 작품’이 몇이나 되며, 뒷날까지 건질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얼마나 될까? 때로는 사계의 여러분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물건(?)도 너댓 편은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과연 그런 평가들이 먼 훗날까지 이어질 수가 있고, 또한 우리나라의 연극예술과 극문학 발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일까!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위안도 되나, 오히려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앞선다. 허나, 어찌 하랴. 워낙에 생긴 그릇이 작고 생각이 얕으며, 대붕(大鵬)의 뜻이 미치지 못하는 바에야, 죽을때까지 이 걸음으로 걸어가는 수밖에--

끝으로, 무천극예술학회의 여세주 회장님과 교수 학자분들 및 참여극단의 연극동지 여러분에게 만강의 감사심을 올리며,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라는 말은, 옛 이승만 독재정권의 자유당 시절에 존경하는 함석헌 선생께서 시대의 아픔과 역사의 내일을 위해 쓰신 명논설문의 글 제목이었음을 밝혀둔다.

(끝)
 
이전글  '백성이여, 일어나라'
다음글  [김상열희곡집 9권]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