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극인을 초청한다' |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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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한국연극] 2000년 8월호
북한 연극인을 초청한다
글 / 노경식 (극작가, 남북연극교류위 위원장)
올해 2000년도의 8월은 우리들로서는 유난히 뜻깊은 달이다. 민족분단의 비운과 6․25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지 반세기를 훌쩍 넘어서, 21세기의 첫해에 맞이하는 8월의 광복절이라는 점이 그 하나요, 둘째로 1천만 이산가족의 눈물과 한을 씻어내는 첫 단계 걸음마로서 마침내 이산가족 ‘만남의 날’-비록 백여 명 규모의 작은 숫자이지만-이 8․15광복절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20세기 초엽에 열강 제국주의의 틈바구니에서 일제의 강점으로 국권을 빼앗기고 민족의 시련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미증유의 제2차 세계대전과 조국의 해방 및 동서냉전의 이데올로기 싸움에 의한 국토분단과 참혹한 6․25전쟁을 거쳐, 오늘날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어리석고 부끄럽게 살아왔다. 그리하여 엊그제 발표된 ‘6․15남북공동선언’은 민족의 슬기와 지혜를 발휘하여 스스로 민족문제의 나아갈 길과 세계사의 올바른 방향을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에 우리는 시운과 정도에 발맞추어 ‘남북의 연극예술교류 및 통일연극을 위한 연극인 선언’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그것은 곧 남북 양쪽의 연극인들이 상호교류를 통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통일민족예술의 창조와 세계화를 모색함으로써, 한반도의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예술가적 사명과 양심의 표현이며 충정에서 우러난 것이다. 우리 연극인 선언은 대개 다섯 가지의 원칙과 방향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첫째는 연극인 상호간의 친선과 예술적 이해를 넓히기 위하여 인적 및 연극정보의 교환 등 물적교류를 도모하고, 둘째 남북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정서적 통일을 확인하기 위하여 연극작품의 상호초청 및 교환공연을 성사시키며, 셋째 역사와 전통, 설화와 민속 및 고전과 근대의 저작물 등에서 극작품의 창작을 위한 공통소재의 개발과 연구에 노력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넷째는 우리 민족의 하나됨을 확인하고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극작품의 공동제작 및 합동공연을 추진하며, 다섯째 21세기의 새로운 통일연극을 창조하고 세계화로 뻗어나갈 문화상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남북 연극(판)놀이 대동제’라든지 ‘남북연극예술공동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의 설립을 제안하는 것 등등이 그 대체적인 골자이다. 북쪽 연극인사의 초청문제는 지난번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으로 들어갔던 극작가 차범석(예술원 회장)선생께서 이미 제의해 놓은 상태이다. 분단 반세기의 질곡과 민족사의 아픈 생채기가 하루 아침에 치유되고 아물 수는 없다. 이제 우리 연극인은 새로운 통일연극의 예술적 완성도를 기하고 민족화해와 평화통일 및 찬란한 내일의 역사를 위해 바람직한 역군이 되고자 예술가의 책무와 사명을 다해야 할 때이다. 첫술에 배 부르랴! 천리 길 먼 곳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다. 우리 모두가 가슴을 열고 무릎 맞대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가 알고 이해하고, 느끼고 변화할 수 있기 마련이다. 앞으로 5년이 걸려도 좋고, 10년이 걸려도 좋을 것이다.
북한 연극인들이여, 따뜻하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남쪽으로 오십시오! 남의 나라 땅 베이징 먼길을 돌아서 다닐 일이 무엇입니까. 내 나라의 땅 판문점으로 오며가며 다닙시다. 뜨거운 조국애와 숭고한 예술혼을 가지고서, 한 핏줄 한 배 새끼의 고귀한 동포애 정신으로 우리 다 함께 연극인들이 서로 만나봅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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