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세우는 사나이'-- [서...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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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세우는 사나이"
노 경 식
사연은 이렇다. 내가 이 작품의 소재를 생각해낸 것은 1980년의 5월달로 거슬러올라간다. 익히 아다시피 1980년 5월의 나라 형편은 이른바 “안개정국”이란 말이 상징하고 있듯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시절이었다. 지난해 늦가을 군사독재자가 비명에 쓰러지더니만, 섣달에는 새로운 군부가 실권을 거머쥐었고 세 김씨는 장차 대통령이 될 채비에 여념이 없었으며, 온나라와 백성과 역사가 그렇게 갈구하던 자유민주주의는 또한례 벌써 물 건너갔다는둥 어지러움과 혼란 속에서, 엊그제는 또 비상계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아랫녘 전라도 광주지역에서는 “큰난리”가 터졌다는 것이었다. 방송과 텔레비는 실어증에 걸리고, 신문은 신문대로 새까맣게 지워져서 너덜너덜 누더기 같은 파지일 뿐이었다. 외지에 사는 서울사람들이, 도시 알 수가 있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미식미식 답답하고 어지럽기만 하다. 무슨 일이,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단말인가? 무고하고 선량한 수많은 주민들이 군대 총칼 앞에 피흘리고 죽고 다치고 울고불고------ 그것이 진실일까? 왜,왜, 왜? 어떻게 돼서, 그런 처참하고 비통한 일이? 시간이 흘러가고 훗날에야 알게 된 진상이지만, 작은 칼로 가슴을 저며내고 피눈물이 볼따구니를 타고내리는 분노와 슬픔을 나는 맛보아야 했다. 때에 나는 어느 출판사 월급쟁이에 매인 몸으로서, 통금시간에 쫓겨서 이른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다. 훤한 대낮 시각인데도, 통행금지는 오후 여섯 시인가 일곱 시로 연장되어 있었다. 집에 가기 위해서 남영동 전철역 플랫포옴에 서서 기다리는 중에, 문득 한 젊은 사나이의 외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낮술에 취했는지 조금은 비척거리면서, 저만큼 달리는 열차를 바라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상행선 하행선 기차가 홈을 지나칠 때마다 이리 뛰고 저쪽으로 쫓아가고 하면서 시도때도 없이 장난스럽게(?)------ “기차 스톱! 기차 시또뿌!----” 젠장, 저렇게 힘세고 육중한 열차가 젊은이 고함소리에 그대로 멈춰설 것 같소?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더구나 정신나간 어느 못된 욕심장이 기관사에 의해서 운행되고 있다면 얼마나 아찔하고 가공할 일인가? 역사의 방향이 빗나가고, 사회의 진로가 잘못가고 있다. 저처럼 미쳐버린 기차를 누가 있어, 어떻게 세울 수 있단말인가! 그로부터 암울하고 절망적인 80년대가 가고 90년대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햇수로 꼭 14년만에 어줍잖게 작품이랍시고 엮어본 셈이다. 천성적으로 겁많고 게으르고 소심한 본인으로서야 도리없지 않은가. 부끄럽고 아쉬울 따름이다. 대저 시대와 역사의 한계상황 속에서 인간의 자존과 위상은 어디쯤이란말인가. 저렇게도 무지막지한 “절대폭력”의 괴물덩어리들을------ 각설하고, 모쪼록 연극공연이 성공하기를 빈다. 극단 춘추의 문고헌대표와 허현호형을 비롯한 단원 여러분, 그리고 참여하신 연기자들과 연출가 황남진씨, 무대 뒤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스탭진 및 한국문예진흥원에 두루두루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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