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 세상 좋을시고~' |
연극제 祝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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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여덟 번째 [서울연극제] 祝歌 --
어화세상 좋을시고 지화자 좋을시고 오늘은 기쁜 날이로세 광대신령님 좋을시고. 오늘이 무슨 날이고 ? 낙산기슭 동숭동바닥이 들썩들썩 연극놀음 일년농사 추수철이 돌아왔네 시월상달 하늘은 높고 가을바람도 시원할제 큰광대에 작은광대 앞광대뒷광대들 다모여서 흘린 땀방울 고히 씻고 갈무리삼아 놀아보세. 어화둥둥 내사랑아 광대놀음 내사랑아 니가잘나 일등광대냐 내가잘나 일등광대냐 니가 없으면 나도 없고 나 없으면 너도 없고 광대놀음 내사랑아 어화둥둥 내사랑아.
장히 기쁘고 즐겁구나, 올해는 갑술년이라. 1994년 시월상달 열사흗날, 서울 낙산골 문예회관 큰극장에 광대패들이 앞서거니뒷서거니 각단지게 모여들어서, 한바탕 걸판지게 서울연극제 잔치를 벌이는디, 열여덟해를 이어온 업적이 오늘에 이르렀으니, 이 아니 기쁘고 좋을소냐! 이 마당에는 상기도 백발에 홍안이신 원로광대님들도 오시었고, 농창하게 잘 익은 술맛 같은 중진광대들도 오셨고, 고맙고 고마워라, 앞광대는 앞에 가고 광대 좋아서 뒷광대라네. 여보시오, 거- 새끼뒷광대님들, 오늘은 쬐끔 요리 앞으로 좀 나와보시오, 잉. 일고수이명창이라는디, 뒷광대없이 앞광대가 무신 생색나겄소? 그러니 새내기광대들일랑 앞자리로 좀 나와봐. 당신네도 장차 큰광대 되자면 세월이 약이 되고 눈물깨나 흘리고 밥그릇이 눈덩이처럼 쌓여야만 써. 그래야 술 익듯이 파악- 곪삭고곪삭아서 어른광대 큰광대 소리를 들을 것일쎄!
그건 그러하고--- 이번 서울연극제의 작품들 면면을 볼작시면 참으로 흐뭇허고 장하것다! 어디 한번 가나다 순으로 읊어보는디,
민족의 빛 백범선생 저승길에 떠나시고 님을여인 죄많은 후손 암살자 무릎을 꿇리우고 역사의 진실 어디냐고 묻고 또 묻노니 어리석은 백성이여 “그 섬엔 神이 살지 않는다”
어둡고 괴로워라 춥고 힘들도다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삶의 희망이 어디메뇨 두꺼운 껍질 깨고 한세상을 살고지고 사랑의 선율 뜨겁구나 “뮤지컬 번데기”
명예도 부귀영화도 나는 싫소이다 거짓의 옷일랑 훌훌 벗고 망상의 껍질 툭툭 털고 산 설고 물 설은 가시밭길 수륙만리 아스라히 멀구나 인도땅 “바라나시”
세상살이 평안하게 오손도손 살고파서 이것저것 뜯어맞춰 집 한채를 지었더니 이웃사촌 간데없고 숨통막히오 이념의 굴레 인간과 현대문명의 충돌이다 “비닐하우스”
암울한 세상을 어찌어찌 살거나 날개타고 하늘에나 오를까 치마속곳에 숨어버릴까 앞산도 첩첩하고 뒷길은 벼랑일세 불세출의 천재시인이여 “아, 李箱!”
유한한 인생살이 영원의 삶을 살고파서 권력도 거머쥐고 피붙이도 챙겨본다 피투성이 싸움속에 물거품만 일어나네 아서라 꿈꾸지 마라 “영원한 제국”
막막한 80년대를 그누가 있어 마련했소 지어미 소박한 꿈을 어히 탓하려는가 모진 광풍 불어와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다시는 부르지 않으리 “이런 노래”
십수년의 혼인생활 돌아보니 헛것이라 서로서로 밑졌노라 남의 탓만 하단말까 콤퓨터로 바뀐 세상 늙그막에 눈떴구나 삼강오륜 묻지를 마라 “이혼의 조건”
작품마다 생김생김이 뽄새도 아름답고 속이 꽉 찬것이 허우대도 늠름하다 동녘하늘이 밝아올제 좋은시절 돌아오니 올해의 연극농사 풍년일세 풍년일세 어화라 좋을시고 지화자 좋을시고------
오늘 이자리에 만당하신 광대패들, 연극협회 터줏대감이 뒤에서 떠받들고, 먼저 가신 광대혼령님들 하늘에서 굽어보시며, 우리 광대신령님 앞에서 이끌어주시니 소원성취 바라나이다. 연극예술 더욱 꽃피워서 금수강산 맑게 하고, UR라운드 개방물결 당당하게 마주서고, 저질문화 외세잡귀신을 금강역사 큰힘으로 막아주며, 태평양 건너서 아메리카로 히말리야산 넘어 구라파로, 처처로 돌고돌아서 오대양 육대주를, 안마당 만들어내고 뒷동산으로 꾸며보세. 코쟁이들이 샐쭉하고 노랭이들 넋빠지며, 깜둥이들 입 다물고 닛뽄진들 삐쭉빼쭉, 어화 살판났네 우리 광대패 살판났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광대신령님께 비나이다. 삼백예순날 일년열두달, 우리 마음과 같이 뜻과 같이, 더도말고 덜도말고 오늘같이 하여지고. 우리나라 연극예술, 연극제가 영원무궁 발전토록 비나이다! “고시레”------
1994년 서울연극제 시상식에
櫓谷 노 경 식이 짓고, 笒蘭 朴 倫 初가 作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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