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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식의 근황과 소견 및 일상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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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편지글- '막내아들에게'
* 이 글은 '월간문학' 2월호에 실린 청탁원고임.

[막내아들에게]

‘연극배우 아무개의 애비’ 소리 듣기를 --‘

국립극단의 ‘Studio 배우熱(열)전’ <겨울 해바라기>를 보고 나서 이 글을 쓴다. 재일동포작가 정의신의 희곡 <겨울 해바라기>를 같은 극단의 중견배우 이상직이가 연출한 작품인데, 매우 꼼꼼하게 다듬어서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이고, 극적 앙상블도 좋고, 줄거리도 재미가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다. 한적하고 쓸쓸한 겨울 바닷가의 여인숙에서 벌어지는, 그렇고 그런 인간 쓰레기(?)들의 삶의 애환과 일상이 따뜻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 하숙집의 주부격인 순정의 말더듬이 아들과 그 어미, 그녀와 동거하는 엉터리 포르노 작가, ‘게이’ 노릇으로 생업을 삼는 젊은 청년, 연극배우 지망의 3류 건달배우(노석채 역), 죽을둥 살둥 그를 쫓아다니는 맹하고 덜 떨어진 처녀 아가씨 등등.

그러고 보니 막내 네가 연극배우 노릇 하겠노라고 단국대 영연과에 들어가 군대 마치고 졸업을 해서, 어찌어찌 국립극단에 햇병아리로 입단한 것이 1998년의 일이니까, 올해로 꼬박 10년차가 되었구나. 그 사이 늦장가도 들고 작년 여름엔 첫딸(윤아)을 얻어서 아비도 됐으니, 나름대로 인생을 알 만큼은 알게 된 것 아니겠느냐? 허나 예술가의 길이란 지난하고 힘들고, 부단의 노력을 거듭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일. 그러자면 남들이 그냥 일상에 안주하고 한눈 파는 동안에도, 너만큼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우고 많이 익혀가는 생활태도를 지녀야만 하느니라.

올해는 우선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읽는 버릇을 길러야 하느니. 대개 배우들은 책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더라만, 소설책도 좋고 시집도 좋고, 역사서 같은 사회과학 서적을 읽는 데도 게을리하지 말기를 바란다. 두 번째로는 ‘생각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해라. 옛날에 대연극인 이 해랑 선생께서 하신 말씀.

“이봐, 배우는 품위와 명예를 지킬 줄 알아야 해요. 도둑놈도 좋고, 술 주정뱅이, 창녀, 노름꾼도 좋으나, 다 쓰레기 같은 인생이지만 배우의 연기력에는 나름대로 품위와 자존심을 갗춰야 하는 게야. --”

막내야, 내 말뜻 알겠느냐? 그리하여 ‘극작가 아무개의 아들’이 아닌 ‘아무개 연극배우의 아버지’로서, 이 애비가 호칭되기를 모쪼록 기대하는 바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