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경주시립극단 <탑> 공연에 부쳐]
연극인 이수일 선생과 연극인연
경주의 이수일 선생과의 첫만남은 대략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엽부터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니까 30여 년 가까운 세월. 그것은 왠고 하니 그 무렵 한국 연극계는 큰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어 『지방연극제』(현 ‘전국연극제’)라는 큰 행사가 생겨나서, 연중 5, 6월 달이 되면 전국 연극인들이 한 곳에 모여들게 돼 있었다. 강원도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의 각처 연극인들이 죄다 모여와서 서로간에 수인사 얼굴 익히고, 연극정보 교환하고, 술 마시고 웃고 떠들고, 때로는 얼굴 붉힘도 해가면서 연극인들의 인생살이와 우정을 돈독히 다짐할 알 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즐겁고 알차고 멋들어진 연극잔치이겠는가!
그리하여 어느 때부터인가는 나도 심사위원의 말석을 차지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이수일 선생과는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이 선생은 180이 넘는 큰 키에 어깨는 늘상 꾸부정하고 머리털은 새치가 하얗고 말수도 적어서 조용히 미소짓고, 위 아래 선후배의 나잇살 가릴 것 없이 누구한테나 겸손하고 다정한 모습이 특색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술 꼽뿌’(술잔) 하나는 하도 맛있게 쩝쩝 들이켜서 옆엣사람도 절로 군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었다. “술맛 좋습니더! 술맛이 땡기네요. 허허 --”
어느 날 그러다가, 이 선생은 당신이 손수 만들고 키워온 경주극단 『에밀레』를 건강상 이유로 뒷사람(이애자)에게 물려주고 은퇴(?)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심히 섭섭하고 안타까운 심사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해인가는 “동랑유치진연극상” 그에게 수여함으로써, 우리 연극계는 이 선생의 연극적 업적과 공훈을 높이 기리기도 했다.
극단 에밀레와 나의 연극인연도 적은 것은 아니다. 나의 공연작품 연보에 의하면 <춤추는 꿀벌>(1992)과 <千年의 바람>(2000) 등 두 편이나 된다. 앞의 것은 남북 민족분단의 이산가족이 소재이고, 뒤의 것은 역사의 진실과 왜곡문제를 가상적으로 접근해간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신라천년 경주 땅의 애달픈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 <탑>을 공연 레퍼토리로 정하였다니 작자로서는 마냥 기쁘고도 감사할 따름이다.
경주의 그곳 연극인 동지들 및 내가 좋아하는 이수일 선생의 행운과 건강을 비는 마음 간절하고, 부디 성공적인 좋은 연극공연을 바라마지 않는다. 대공연의 막이 오르는 날은 신경주행 KTX에 나도 몸뚱이를 실어야지! ~~ |